해가 갈수록 점점 그런 생각이 든다.


아파트 숲에서 사는 우리들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고

내가 사는 동네보단 번화가로 우르르 모였다가 다 뿔뿔이 흩어진다.


대학에서도 그런 기분을 느꼈다.


대학은 뭔가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편하면서도 불편한,


그런 미묘한 감정이 드는 공간이었다.


이게 뭔 소리인가 싶겠지만


그냥 지내다보면 문득 그런 감정을 느낀다.


대학은 나에게 굉장히 친숙하지만 때론 낯선 곳이기도 했다.


강의실이라는 공간에서


전공 수업을 듣는 학생들.


사실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전공이 다를 수도 있고

같은 전공이라도 휴학이니 뭐니 해서 엇갈릴 수 있고, 

같은 과목이라해도 여러 분반이 있을 수도 있다.


한 학기 동안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어찌보면 참 대단한 인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업에서는


내 옆자리에 앉은 학생이 무슨 과인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서로 관심도 없다.

그렇게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로 한 학기가 지나고 나면 모든 게 다 잊혀진다.


마치 처음부터 만난 적 없었던 것처럼.


조별과제를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별과제를 한다고 해도 확실히 별로 친해지는 일은 잘 없다.

대부분은 굉장히 사무적인 태도로 사람을 대한다.


분위기 메이커가 한 명만 있어도 급 친해지고 편해지긴 하지만

그런 사람 없으면 그냥 서로 사무적으로 하다가 끝난다. 

그리고 학기 끝나면 역시 서로 모르던 사이로 돌아간다.


조별과제 때 친했던 경우도 종국에는 크게 다르지 않다.

딱 그때 뿐이지 학기 끝나고 시간이 흐르면 결과는 똑같다.


원래 다 이런거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씁쓸한 기분도 든다.


내가 전철을 탈 때 같이 탔던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내가 지금까지 디뎌온 공간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지나갔다.


이 황량한 도시에서 내가 마음 편히 있을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국 마음의 안식처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찾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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