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의미는 계속 변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의미가 변하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엄친아(엄마친구아들)같은 단어가 그렇다.


원래 엄친아는 처음에 한 웹툰에서 나온 단어로서


항상 엄마친구아들은

효자+우등생+좋은 대학+훌륭한 외모 등등 잘 나가는 사람들만 있다는 풍자의 의미로 나온 것이다.


이게 작가의 어머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수 많은 사람들의 어머니가 그랬기에

사람들이 크게 공감하여 반응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언론매체에서는 그 의미를 다르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학벌 좋고 외국어 잘 하는 연예인들을 엄친아, 엄친딸로 부르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그냥 부모가 잘난 연예인들을 엄친아라 불렀다.

(코미디언들 같은 경우는 단순히 부모가 대단한 사람이란 이유로 엄친아라 부르기도 했다.)


잘난 외모 + 잘난 부모 = 엄친아, 엄친딸


이라는 공식을 새로이 창조한 것이다.

여기에 개인의 능력(학벌, 외국어)까지 더해지기도 한다.


또 다른 예로는 '훈남'이 있다.


훈남은 최초에는 외모는 평범하지만 사람이 훈훈하다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성격이 착하다든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열정이 보기 좋다든지 따위의 의미였다.

그리고 대개 '성실'한 사람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냥 잘 생긴 사람을 훈남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경우 누가 봐도 미남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잘 생긴 편인 남성이 해당한다.


그러다 최근에는 그냥 훈남=미남 정도로 쓰는 것 같다.


이것은 언론이 의미를 바꾼 것인지 아니면 언중이 바꾼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재라는 단어도 점점 의미가 변하고 있다.


애초에 사용하던 아재라는 단어와

작년즈음부터 유행한 아재는 의미가 다르다.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아재는 많은 경우

<꼰대, 성적 매력이 없는 나이 많은 남성>같이

30~40대 남성들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 단어는 아재로 불리는 사람들 스스로도 자조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저 정도 의미가 아니라 하더라도 '아재'라는 단어는 단순히 '나이 많이 먹은 남자'라는 뜻으로

놀리는 의미가 있었다. 나이가 많다는 것 자체가 놀림의 대상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20대들도 자학개그처럼 서로서로 아재라고 부르는 경우도 흔했다.


그러다 올해 들어 방송에서 본격적으로 '아재'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다른 의미를 갖는다.

비하나 놀림의 의미는 상당부분 사라지고

'아재 개그'로 대표되는 매력적인 중년 남성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또 그것과는 별개로 그냥 나이 많은 남자 연예인이 나오면 다 아재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것은 인터넷에서 사용하던 아재도 아니고 매력적인 중년 남성으로서의 아재도 아니다.

오히려 원래부터 있던 아재의 의미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단순히 '아재'라는 단어가 유행하니까 갖다 붙였다고 보는 게 맞다.


'아재'는 쓰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언어의 의미가 변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어쩌면 언어에 절대적인 의미나 기준은 없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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