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 걸』 감상문



  영화 『인터 걸』은 1980년 후반 소비에트 연방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타냐는 홀어머니와 함께 레닌그라드에 살면서 낮에는 간호사로 근무하고, 밤에는 외국인을 상대로 매춘을 하는 이중생활을 영위 한다. 그러던 중 스웨덴 남자 에드의 진실한 사랑으로 청혼을 받고, 해외이주와 풍요로운 삶에 대한 기대로 그와 결혼해 스웨덴으로 갈 것을 결심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추천서가 없다는 이유로 출국이 저지당하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에드는 홀로 스웨덴으로 떠난다. 


타냐는 하는 수 없이 엄마와 자기를 버린 아버지에게 추천서를 받으러 간다. 20년 만에 만난 아버지는 추천서의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타냐는 다시 매춘을 하게 된다. 돈을 모아 어렵게 스웨덴에 온 타냐는 에드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소련 이주민이 갖는 사회적 소외감과 남편 사이에서 갈등을 느낀다. 


결국 타냐는 고향으로 보낸 돈 때문에 같은 매춘부였던 친구가 달러 암거래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해결을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회주의가 무너지기 전까지 사회주의 국가들과 교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 살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당시 이 지역으로 여행이나 유학, 이민을 간 사람도 거의 없었고, 매체도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였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사회주의 국가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80년대 당시 학생운동을 하던 사람들도 주로 맑스의 책이나 기타 사회주의 서적을 통해서 이들을 접했지 실제의 사회주의 국가에 대해서는 별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서로가 완전히 단절 되어 있었던 시기였다. 


영화 속에서도 주인공 타냐는 사회주의 밖의 세상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다가 외국인들을 만나게 되면서 점점 바깥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된다. 언제나 궁핍하고 어려운 생활, 배급제에 따라 물건도 마음대로 구할 수 없는 나라의 국민인 자신과 달리 외국인들은 풍족한 물자와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소련의 국민들은 열심히 일하든 아무것도 안하든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기 때문에 해가 갈수록 노동 의욕이 떨어졌다. 


겉으로는 누구나 평등한 아름다운 세상을 표방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당의 간부와 정부 고위 관료들은 풍족한 삶을 누렸고, 대부분의 인민들은 가난한 삶을 살았다. 소수를 제외하면 누구나 평등하게 가난한 삶을 살았던 것을 과연 좋은 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화에서도 타냐의 아버지는 일할 생각도 하지 않고 정부에서 주는 돈에 기대는 삶을 살았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페레스트로이카를 실시한다. 이 개혁정책은 소련의 정치 개혁, 긴장완화와 군축정책을 실시하며 동구권의 체제 변혁과 냉전의 종식을 이끌어 냈다. 또한 언론의 자유와 비판이 허용되고, 인권이 크게 개선되었으며, 통제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이행이 시도되었다. 


그 결과 사회주의는 무너지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영화 속의 타냐처럼 당시 소련은 이미 외부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민들의 열망이 강해서 그러한 정책들이 없었더라도 결국 사회주의 체제는 무너졌을 것이다. 


현대의 세계에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유와 풍요로운 세상을 찾아 조국을 떠났던 타냐는 당시 소련의 암울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2014년 6월 10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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