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주홍 글씨』 감상문



  영화 『주홍 글씨』는 17세기 말 청교도주의가 가득한 미국 보스턴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주인공 헤스터 프린은 남편이 인디언들에게 납치 되어 살해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목사 딤즈데일과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아이를 갖게 되자 마을 사람들은 남편을 배신하고 불륜을 저지른 죄로 그녀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해 가슴에 주홍글씨로 'A'를 달도록 한다. 이에 따라 그녀는 마을 사람들의 멸시 속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이처럼 17세기의 미국에서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가 보기에는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일이 당연하게 벌어졌다. 헤스터 프린의 남편은 공식적으로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물론 뒷부분에서 그는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온다.) 그런데도 그녀가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눈 것이 잘못된 일로 여겨져서 종교 재판을 당했다. 청교도 사회의 보수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러한 ‘마녀 사냥’은 왜 일어난 것일까? 영국의 청교도들이 신대륙으로 이주하는 계기가 된 것은 제임스 1세의 청교도 억압정책 때문이다. 이러한 종교박해를 피해 청교도들은 신대륙으로 종교의 자유를 찾아 이주하였다. 


 이들은 개인보다는 하나로 뭉쳐진 공동체를 중시했다. 그들의 청교도 사회 마을은 교회의 권한과 회의에 의해 결속되어 있었고 가정은 젠더화된 가부장적인 구조가 강했다. 이런 구조로 인해 여성들은 남편으로부터 독립된 지위를 획득하기는 어려웠다. 재밌는 것은 이 당시 마녀로 고소되어 처형당했던 대부분의 여성들은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독립성과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남편이 없거나 남편의 재산에 대한 상속인이 없는 경우가 많았고, 남성의 권위에 도전하고 반항했다는 이유로 마녀로 몰렸다. 결국 마녀사냥은 겉으로는 풍기 문란이나 사악한 무리들을 퇴치한다는 명분으로 그녀들을 마녀로 규정했지만, 실상은 경제적 이권을 뺏기기 싫고, 남성의 권위에 대한 도전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당시는 남성으로서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여성이 가지려 한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성들은 오로지 남성들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이런 청교도들의 남성 중심의 사고는 교회에서 투표권을 오로지 남성에게만 부여한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종교적 권한으로 여성들이 받을 권리를 배제시킴으로서 여성들의 투표권을 박탈하였던 것이다. 17세기 미국은 관습과 법 모두 철저히 남성 중심적인 사회였다. 영화에서도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난다. 


 한편 17세기 미국 청교도 사회와 우리나라 조선시대는 가부장적 사회라는 점에서 유사성이 나타난다. 조선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에서 청춘 과부의 재가를 허용해달라는 요구를 1895년 갑오개혁에서 농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청춘 과부의 재가가 허용된다. 미국 사회도 20세기에 접어들며 여성들의 권익 향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 졌다. 


영화 『주홍 글씨』는 억압 받던 여성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는데, 이후 역사는 여성들이 억압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헤스터 프린이 그랬던 것처럼 여성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2014년 4월 14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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