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감상문



  영화 『세일즈맨의 죽음』의 원작인 아서 밀러의 희곡은 1930년대의 미국사회를 그리고 있고, 영화는 1950년대를 나타내고 있지만 별로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 인상적이다. 영화 『세일즈맨의 죽음』은 평생 동안 영업사원으로 근무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윌리는 30년 이상 한 회사에서 일하고 이제 환갑의 나이가 되었지만 기댈 곳이라곤 부인과 두 아들 비프와 해피뿐이다. 


그러나 그는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큰 아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도 가지지 못한 채 방황하고, 동생은 과시와 사치에 빠지며 가정은 붕괴하게 된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윌리가 자식교육은 제대로 하지 않고 너무 큰 기대를 걸기만 하여 아들들이 엇나가면서 시작되었다. 또한 윌리가 내연녀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아들 비프가 목격하며 부자 간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 


영화 후반부에서 아들 비프는 아버지 윌리에게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닌 평범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외친다. 비프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나 숨이 막혔던 것이다. 그 말에 충격을 받은 윌리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아들에게 돈이라도 남겨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자살을 하게 되며 극은 막을 내린다.


  이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은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 소외의 현상과 문제점을 드러내고 산업 사회의 비정함을 폭로한 사회극으로 고도로 자본주의화된 미국 사회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아메리칸 드림은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주인공 윌리는 1950년대 미국의 평범한 샐러리맨의 표상이다. 나라경제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그의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백인 중산층에게는 안정과 번영의 시대가 열렸다. 중산층들의 소비 수요 증가로 미국 경제는 번영의 추진력을 얻었다. 영화의 주인공 윌리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 대열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직장에서는 해고되고 가정은 엉망진창이다. 당시 미국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윌리 가족이 돈이 많았다면, 윌리가 더 좋은 직장에 다니고 더 높은 봉급을 받았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것이다. 윌리의 아들도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의 능력이 있었다면 아버지와의 사이도 조금은 나아졌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은 마음먹은 대로만, 좋은 쪽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누구나 다 잘 살 수는 없는 게 세상이다.


  한편 영화에서 윌리는 딱 한 명 소중한 친구인 찰리가 있다. 찰리는 그에게 자신의 회사에 들어와 일하라고 하지만 윌리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그 제안을 거절한다. 현대사회는 점점 사람들을 외롭게 만든다. 도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사람들과 단절된다. 우리나라는 2013년 한 해에만 1717명이 고독사로 사망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이 쓸쓸하게 혼자서 죽은 것이다. 이것처럼 윌리도 결국 가족, 친구들과의 정서적 단절로 인해 찾아온 쓸쓸함으로 자살을 택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 『세일즈맨의 죽음』은 1950년대를 이야기하지만 현재 한국의 상황에 대입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우리 주위에 윌리처럼 쓸쓸하고 외로운 아버지들이 참 많기 때문이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이런 외로운 사람들을 보듬어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2014년 6월 5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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