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덕과 전공자의 차이


역덕들의 특징은 특정 사건이나 세부적 사실의 나열을 좋아하고 야사나 비사에 빠지는 경향이 있는듯. 전체적인 역사를 조망하는 게 사실 별로 재미 없고 정사도 아무래도 지루한 편이라 그렇겠지. 어차피 취미인데 깊이 공부할 필요도 없다.


또 역덕이다보니 역사 관련 창작물을 좋아하는데 그 때문에 사실과 허구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교정해줄 사람이 없으니 잘못 알고 있는 채로 계속 흘러간다. 인터넷에서 서로서로 잘못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한다. 이건 비전공자라면 어쩔 수 없는듯.(꼭 역사분야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많은 분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본다.)


역사 제대로 공부하려면 역사지식보단 오히려 언어능력이 더 중요한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동양사는 한문이 필수에 중국어 일본어도 당연히 알아야 한다. 최소한 독해는 완벽하게 해야 함. 난 일본사 과제할 때 한국어로 된 책 읽는데 한문때문에 고생함.


서양사는 영어 필수에 독어나 불어 중 하나는 할 줄 알아야 함. 그밖에도 스페인어 러시아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등도 있는데 이건 선택 사항. 이처럼 역사 공부는 사료를 읽기 위한 언어장벽에서 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음. 사료 안 읽곤 공부 못 하니까


학부까지는 한국어 책만 읽어도 공부할 수 있지만 대학원부터는 답 안 나옴. 생각보다 의외로 역사가 진입장벽이 높다.


역덕은 흔히 보지만 철학덕후는 못 봤다. 어른들의 경우 공자 노자 등을 읽는 사람들이 많긴한데 젊은 층에서는 잘 없고 서양철학은 거의 못 봤다. 책을 읽기는 해도 덕후라 부를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너무 어렵기 때문이겠지?


나도 수업 교재로 플라톤의 <향연>을 읽었는데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더라. 이 정도면 기본적인 수준인데도 말이다. 근대철학은 더 심하다. 진짜 이해가 안 간다. 수업 안 듣고 혼자 독학으로 공부하는 것은 아주 힘들다.


한글로 읽어도 어려우니 매니아가 생기기 어렵다. 재미도 없다. 그래서 철덕은 없는 것 같다.


칸트를 독일어로 읽는다고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이건 전공자도 못 하는 사람이 수두룩 할 것이다.


아무튼 나도 전공자가 아닌 입장에서 그냥 적당히 즐기는 정도만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이걸로 밥 벌어먹고 살 것도 아닌데 뭐.


자기가 재미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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