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알파고의 차이는 직관과 계산

이세돌과 알파고의 차이는 직관과 계산

이세돌 9단은 "1국은 방심해서 진거다. 최선을 다해 두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실제로 1국에선 이세돌답지 않게 너무 이상한 수를 많이 두었다. 하지만 2국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손도 못 쓰고 패배하였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1국보다 2국의 내용과 결과가 더 절망적이다. 1국을 졌을 때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2국 패배 후에는 솔직히 희망이 안 보인다. 알파고는 정말 완벽한 바둑을 두었다. 이세돌도 큰 실수는 없었다.

정말 힘들겠지만 3국만큼은 이세돌이 이겼으면 좋겠다. 이렇게 끝나기에는 너무 아쉽다.

알파고는 인간이 계산해내지 못 하는 직관의 영역을 모두 계산하는 것 같다. 인간만이 가진 장점이자 바둑만의 신묘함이라고 생각했던 직관이 실은 인간의 치명적인 약점이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프로기사들이 해설하면서 자주 쓰는 말들 "이 모양은 기분이 나쁩니다. 이게 기세죠. 뒷맛이 너무 안 좋은데요. 너무 엷은데요." 따위의 표현으로 나타나는 직관의 영역을 알파고는 계산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한 과학자는 직관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능력의 한계를 나타내는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처리능력의 한계로 계산할 수 없을 때 포기하고 직관이라는 것을 사용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 모든 것을 다 계산할 수 있다.

이번 대국에서도 프로들의 해설은 알파고의 바둑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들의 직관이 미치지 못 하는 계산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인간 프로기사들은 그 미지의 영역을 계산하지 못 해서 시종일관 엉뚱한 형세판단만 할 뿐이었다.

2국 해설을 한 김성룡, 이희성 프로는 알파고가 된 것처럼 가정하고 느낌보다는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정밀한 계가를 계속 해가면서 바둑을 이해하려 했다. 그리고 그것은 느낌에 의존한 다른 해설들보다 훨씬 정확하게 판세를 예측했다.

여기가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목이다. 앞으로의 바둑은 철저한 형세판단에 근거한 스타일로 변화하지 않을까.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은 알파고만큼 정밀한 계산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인간끼리의 대국이라면 좀 더 알파고에 가까운 형태의 바둑을 두는 사람이 유리해질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인간의 한계로 대부분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바둑을 둘 것이다. 설사 둘 수 있다쳐도 어린 나이에 아주 잠깐 가능할듯.

그리고 알파고와 유사한 형태로 둔다면 알파고를 뛰어넘는 일은 불가능 하다. 알파고가 계산능력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기 때문이다.

일단은 남은 3번의 대국을 지켜보자. 어쩌면 알파고는 아직 자신의 진짜 실력을 드러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말 신세계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세돌9단이 극적으로 3연승 하며 드라마를 쓸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알파고의 실력을 보면 1판이라도 이기면 다행이라고 본다. 그래도 이세돌9단은 범인과는 다른 사람이니 혹시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2016/03/10 - [바둑] - 이세돌 알파고 1국을 보고 느낀 점

2016/03/10 - [바둑] - 이세돌 알파고 2국을 보고 느낀 점과 대국 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