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알파고 2국을 보고 느낀 점


아래는 대국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작성했던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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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초반부터 알파고한테 완전 말린 느낌이다. 알파고의 한 수 한 수에 계속 의미부여를 하다보니 심리적으로 완전 말렸다. 지금 형세도 알파고 우세. 또 질 것 같다


알파고의 무서운 점은 인간이라면 절대 두지 않을 수들을 둔다는 것이다. 그 말은 단순히 기보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학습하여 찾아낸 수를 둔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 수가 처음에는 이상해보이는데 지나고나면 괜찮다. 전반적인 형세에는 영향이 없다


알파고는 실수조차도 오차범위 안에 있는 느낌이다. 자신이 유리하다는 사실 자체가 변하지는 않는다. 마치 자신이 유리한 범위 내에서만 실수하는 것 같다.


또 알파고의 재미있는 점은 대체 왜 이 시점에 그곳에 둘까 하는 것이다.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수들. 이상한 것 같기도 한데 딱히 나쁜 것도 아닌 것 같은 수들.


현재 중앙에서 큰 수가 나지 않는다면 흑이 반면 10집 가량 앞선 상태고 백이 둘 차례라 미세한 바둑이다.


알파고의 바둑은 최대한 경우의 수를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아마도 일부러 그렇게 두는 것 같다.


현재 대국 형세판단을 해보면 이세돌9단이 변화를 시도했지만 흑이 반면 10집 가량 앞서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또 하나 생각이 드는 것은

100만 달러면 너무 싸다.


구글은 사실상 공짜로 전세계에 홍보한 셈이다.

알파고에 대해 제대로 알았다면 절대 이런 헐값에 경기를 치러서는 안됐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리고 해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의 경우 바둑TV의 김성룡 9단, 이희성 9단 해설을 보았는데

다른 방송에서도 많은 해설이 있었다.


그런데 이세돌9단이 불리하다는 해설은 바둑TV 뿐이었다고 한다.


다른 곳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꼭 이번 대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기사와 외국 기사가 대국할 때 이른바 애국(?) 해설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볼 때는 분명 한국 기사가 지고 있는데 해설은 계속 딴소리만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계가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도 있고

계가를 할 때 한국 기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시청자 입장에선 이기고 있다가 역전당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내가 형세 판단을 할 능력이 되니까 해설 무시하고 내가 판단을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프로기사가 이야기하는 거니까 당연히 그냥 믿는다.


하지만 웬만하면 보수적으로 판단 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


이제 바둑은 알파고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번 2국은 이세돌9단이 대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세돌9단이 단 한 번도 앞섰던 적이 없었고 알파고나 이세돌9단이나 큰 실수가 없었다.


김성룡9단의 표현처럼 패착이다라고 할만한 수가 안 보였다.

그런데 두고보니 바둑은 흑이 이겨 있었다.

분명 흑이 실수를 하는 것 같은데 막상 형세판단을 해보면 흑이 나쁘지가 않다.


어쩌면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정수, 좋은 수라고 생각해왔던 수들이 사실은 최선의 수는 아닐 수도 있다.


대국 해설을 보면서 프로9단도 알파고의 수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 하는 느낌이 들었다.

1국에서는 해설진들이 알파고를 저평가해서 무시했었는데

2국에서는 오히려 알파고의 수를 한 수 한 수 의미 부여하면서 해석하는 모습이었다.


알파고는 인간이라면 절대 두지 않을 수들을 많이 둔다.

대체 어떻게 그런 능력을 학습한 것일까?

오히려 기계이기 때문에 둘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일반적인 프로기사들과 알파고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인간 프로기사들은 감각, 기분, 기세, 느낌 같은 수치화할 수 없는 것들로 유불리를 판단한다면

알파고는 모든 것을 수치화 하여 계산한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내 생각으론 그렇다.


알파고는 감정이 없으니까 어떤 모양같은 게 좋다 나쁘다 그런 것보다는

이 수를 두면 몇 집을 얻고 잃는가를 판단해서 두는 것 같다.


앞으로 바둑기사들도 수치화할 수 없는 것보단

정밀한 계산을 더 중시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계산기라는 것을 떠올리면 거기에 새로운 바둑의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바둑의 세계가 한층 더 올라가지 않을까?


어쩌면 바둑이라는 것은 계산 게임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또한 정말 놀라운 것은 포석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중반이나 종반은 이해하겠는데 대체 어떻게 포석이 이렇게 강한 것일까?


알파고는 부분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전체 판세를 보면 불리하지가 않다.

이미 다 계산을 하면서 두기 때문일까?


균형 감각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아 정말 알파고는 충격 그 자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잘 둔다.


만약 이번 5번기가 알파고의 5대 0 승리로 끝난다면

알파고는 이세돌보다 적어도 한 치수는 앞 선다고 봐야한다.

옛날 식 치수로 표현하면 선상선 ~ 정선 사이 정도는 될 것 같다.


더 무서운 것은 이게 알파고의 전부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대체 알파고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대결을 끝까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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