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의 선물 감상문



 7번방의 선물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과유불급’이다. 영화 전반에서 감정의 과잉이 느껴진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들에게 감동을 강요하고 있다. 지적장애를 가진 사형수, 그의 어린 딸, 그리고 억울한 누명. 어디서 많이 보던 설정 아닌가? 이러한 장치들을 가지고 영화는 관객들의 눈물을 빼놓기로 작정하고 들어간다. 또한 감독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것이 보인다. 그건 좋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세련되지 못하고 촌스럽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먼저 최지영 양이 죽게 되는 과정부터 그렇다. 경찰청장의 딸이라는 설정, 세일러문 가방, 주차장에서의 만남, 그리고 마지막으로 길을 가다 빙판길에 미끄러져서 죽는다. 개연성 없이 너무 황당한 설정이다. 차라리 정말로 경찰청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다른 진범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둘째로 용구의 딸 ‘예승’이 교도소에 들어오는 상황도 너무 억지스럽다.


 어차피 영화라는 게 허구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엉성하게 진행되었다. 세 번째는 한 재소자의 방화로 인해 교도소에 화재가 나서 보안과장을 용구가 구출하는 장면이다. 그 사건 이후 보안과장은 용구에게 호감을 갖고 용구를 돕게 된다.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집어넣은 설정이지만 그 전환이 너무 급격하여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 


 네 번째는 끝부분의 열기구를 타는 장면이다. 이 부분에서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영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재소자들이 힘을 합쳐 탄원서를 동시다발적으로 보낸다든지, 재소자들의 인맥을 동원하여 언론에 알린다든지 하는 등의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움직임을 보이는 게 맞았다. 그것도 아니라면 차라리 외박을 나가서 탈출을 시도하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열기구라니. 감독이 도대체 관객의 수준을 어떻게 보고 있기에 이런 장면을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마지막은 ‘예승’의 독백과 ‘용구’의 사형 날 장면이다. 예승의 독백은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세일러문과 어떻게든 연계를 시켜보려는 감독의 의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여 사족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용구의 사형 날 장면은 마치 예승이가 “여러분 이제 울 시간 이예요. 하나, 둘, 셋!”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분명 울어야 되는 시점이긴 한데 영화 전반에 걸쳐 감정의 과잉이 느껴지다 보니 울기가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 모든 설정들은 ‘감동’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너무 과도하게 쓰였다. 영화 진행에서 가장 질 낮은 구성이 우연성의 반복으로 인한 사건의 발생을 책임 없이 던져놓는 것인데 이 영화가 그렇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과잉의 연속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이렇게 감동적으로 만들었으니 당신들은 감동받아야 한다고 감독이 말하는 듯 했다. 하지만 강요된 감동은 불편하다. 나는 분명 감동을 받았지만 그게 진정한 감동은 아니었다. 


 이렇게 비판할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7번방의 선물’은 분명 재미는 있었다. 배우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익살스러운 연기가 감정과잉의 덫에 빠진 영화를 살렸다. 또한 사랑스러운 ‘예승’이가 있었기에 그래도 웃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7번방의 선물’은 비록 엉성하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그래서 제 점수는요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


2013년 5월 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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