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과 송곳의 차이


2014년 하반기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미생'


그리고 지금 방영 중인 '송곳'


두 작품은 모두 웹툰이 원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독자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는 점도 같다.


그렇다면 미생이 성공했던 것처럼 송곳도 성공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송곳은 절대 미생만큼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미생과 송곳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미생은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결국은 체제 내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지점을 건드리지 않았다.


단순히 장그래라는 한 개인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 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장그래의 좌충우돌 성장기랄까.

장그래가 여러 어려움을 겪지만 멘토들의 도움도 받고 자신도 열심히 노력하여 많은 발전을 이뤄낸다.

대부분의 내용은 어떻게보면 처세술과 상당부분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기업의 임원들이 이 드라마도 보고 만화 단행본도 구입하여 회사 직원들에게 선물도 했다고 한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장그래라는 비정규직 사원에 대한 감정이입은 아주 자연스럽다.

장그래는 비정규직 신분에 보잘 것 없는 사람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성장해 간다.

시청자는 그를 보며 응원하고 비정규직의 안타까움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비정규직에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으니 그럼 제도를 개혁합시다....라고 말하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어떤 '불편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레드 컴플렉스랄까.


이것은 마치 기부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지만

기부하지 않아도 되도록 사회를 개혁하자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욕하는 것과 비슷하다.


무언가 노동자, 노동이라는 표현에는 부정적 뉘앙스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노동자=하층민 or 공장 or 막노동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자신은 노동자가 아니란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근로자'는 '노동자'의 다른 표현이다.

그런데 근로자는 사람들이 아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참 재밌는 현상이다.


이처럼 '노동'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무언가 좌파적이고 빨갱이같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송곳'은 바로 이 '노동'에 대한 문제를 제목처럼 송곳같이 파고든다.

작가는 돌아가는 법 없이 정공법으로 찔러댄다.


주인공 이수인의 군대 에피소드라든지, 구고신의 명대사들을 보면 어떤 사람들은 불편할 것이다.


감정이입의 관점에서도 미생과는 차이점을 보인다.


미생은 주인공 장그래에 사람들이 감정이입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송곳은 그렇게 하기 힘들다.


이수인? 네가 옳은 건 알겠지만 그냥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냐...고 말할 수 있다.

장그래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응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송곳에는 그런 캐릭터가 없다.


결국 송곳은 계속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드라마라 과연 얼마나 호응이 있을지 궁금하다.

드라마를 잘 만들면 그 자체로 인기를 끌 순 있겠지만 

어쨌든 '미생'만큼의 인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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