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기사회 탈퇴 사건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


이세돌 기사회 탈퇴 이슈에서 프로기사들이 생각하는 건 뻔함. 지금 320명 중에서 상금으로 먹고 사는 기사 50명 되나? 많이 잡으면 70~80명 쯤? 그외 사람들은 앞으로도 상금으로 먹고 살 가능성은 거의 없음. 그럼 기댈 것은 연금이다.


시니어 기사들은 물론이고 젊은 기사들 중에서도 이미 20대 중반에 수입이 바닥을 기는 기사들은 지금의 체제를 옹호할 가능성이 높다. 이세돌 편에 설만한 기사들은 최상위권 기사 일부인데 성격 상 그냥 관망하다가 나중에 결정할 것으로 생각함.


애초에 우리나라는 개인이 조직에 반기를 드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바둑계에서 반기를 든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또 바둑 하는 사람들은 성격이 주로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들이 많음.


7살 때부터 바둑 학원을 다니다 실력이 좀 늘면 전문 바둑도장으로 옮겨서 스파르타로 하루종일 바둑만 두면서 프로 사범과 사제의 연을 맺고 선후배 관계를 형성한다 . 대회에 나가면 다른 도장이라도 다 아는 사람들이다. 이 바닥이 워낙 좁기 때문이다.


또 연구생 제도가 있기 때문에 결국 다 알게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가 17살 정도가 되면 프로에 입단한다. 성격도 내성적인 사람들이 10여년간 그렇게 트레이닝 받고 생활하면 사람이 엄청 소극적으로 될 수 밖에 없다.


전부 잘 아는 선후배고 스승이고 이러니까 대든다는 개념 자체가 머리에 있을 수 없다. 이 동네에 있으면 다 그렇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세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않고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존경스러움.


이세돌은 중국리그에서 뛸 때 당연히 받아야할 승리수당을 자신의 팀이 강등당했다는 이유로 받지 않았다. 팀이 강등당했는데 자기만 돈을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번 기사회 탈퇴 건을 2014년 구리와의 10번기 이후부터 생각해왔던 것이라 밝혔다. 그때부터 적절한 타이밍을 쟀던 것 같다. 아마도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후에 실행에 옮기려 했던 모양인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 했다.


올해 몽백합배 패배를 뼈 아프게 받아들였던 것은 아마 그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알파고 매치가 찾아왔다. 알파고 매치 이후 이세돌은 국민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언론의 관심이 엄청나게 늘었다. 그는 이제 때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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