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 - 청춘에 대해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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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역에 기차가 서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일단 가장 먼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KTX나 무궁화, 새마을 기차는 노량진역에 정차하지 않는다.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노량진을 지나 영등포역에 선다.


다음은 감독과 작가의 작품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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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PD는 “노량진은 시험 준비를 하는, 스쳐 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스쳐 지나가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기차가 노량진역에 서지 않지만, 

특수한 지역명이 들어가는 것은 메타포라고 생각했다”


김양기 작가는 “노량진은 하나의 폭포가 아닐까. 수험생은 폭포 밑에 있는 잉어처럼 위로 올라가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노량진역은 깊이만큼 뜨거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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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야기를 들어도 제목의 의미가 사실 명확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PD의 생각에 조금 더 덧붙이자면

'노량진'이라는 공간은 청춘에게 있어서 목표가 아닌 중간 기착점 혹은 
통과 지점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청춘'이라는 기차는 노량진역에 서지 않는다. 아니, 서면 안 된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량진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



노량진 생활 4년차인 33살 모희준과 3년차 수험생인 김윤철.

그들은 컵밥으로 끼니를 떼우며 시간을 아껴 공부하고 있다.

언제나 그가 먹는 메뉴는 1번. 다른 건 생각하지도 않고 오로지 1번 뿐이다.



그들은 단순히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원 조교 아르바이트를 하며 강의를 무료로 듣고 있다.



수업 듣는 중에도 카메라를 계속 관리하는 희준.



오늘은 지난 번에 시험 봤던 서울시 7급 공무원 필기 합격자 발표가 있는 날이다.



33살의 희준에게 이제 더 이상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그러나 또 다시 불합격이다. 4년간 수없이 겪었던 불합격의 아픔이 다시 찾아왔다.



답답한 마음에 한강의 마포대교를 찾은 희준. 이곳은 투신자가 많기로 유명한 다리이다.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다. 언제쯤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때 불쑥 찾아온 한 사람



슬픔으로 울부짖는 희준에게 격려를 해주는 의문의 여성. 희준은 당황스럽다. 



이것이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하는 희준. 아직 국가직 7급 시험이 남아 있다.



노량진역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장유하. 스무살의 그녀는 전직 기계체조 선수였다.



그러다 노량진에서 다시 우연히 만난 희준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는다.



그녀의 인생 목표는 '카르페 디엠'

바로 현재를 즐기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한 채 사는 희준에게는 다른 세상의 사람같이 느껴진다.



전국체전에서 우승했던 유하는 희준에게 행운의 징표로 물구나무 열쇠고리를 선물한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두 사람. 희준은 점점 그녀에게 빠져든다. 

하지만 그녀와의 만남에 빠져 학원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알바에서 잘릴 위기에 처하며 혼란을 겪는다. 

국가직 시험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라 

그는 더 이상 그녀와 함께 지낼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의 마음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고향에서 어머니가 올라오셔서 반찬거리를 챙겨주셨다.



어머니는 개찰구를 넘어오면 표를 다시 끊어야하는 게 싫어서 

개찰구 너머로 음식을 희준에게 넘기고는 바로 다시 집으로 향한다.

그런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희준은 먹먹함을 느낀다.



고시원에 돌아와 보따리를 푼 희준은 어머니가 용돈까지 주셨음을 알게 된다

바로 어머니께 전화해 왜 이런 돈을 넣었냐고 따지지만 어머니는

이제 두 달밖에 안 남았으니 알바는 그만하고 공부에 매진하라고 하신다.

어머니의 말씀에 희준은 울음이 터져나오는 걸 간신히 참는다.



그때 걸려오는 유하의 전화.

희준은 이제 그녀를 정리하기로 결심하여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제 겨우 그녀와 시작해보나 했었던 순간인데

제대로 꽃도 피기 전에 지고 말았다.

희준은 너무나도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기로 결심한다.



다시 마음을 다잡은 희준.



동생 윤철도 그런 희준을 위로하며 같이 열심히 공부할 것을 다짐한다.



희준에게 계속 연락을 하는 유하.



그러나 희준에게서 답은 오지 않는다.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공부하는 희준.



그런데 학원의 게시판에 낯익은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사진에는 그가 유하와 언제나 만나던 시간과 장소가 적혀있다.

저녁 5시 30분 사육신 공원.



그는 바로 사육신 공원으로 달려 간다.



역시 예상대로 나와있는 그녀.



오랜만에 그녀를 만난 희준은 기분이 좋다.



희준에게 꿈에 대해 이야기 하는 유하.



그러나 희준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에게 꿈보다는 현실이 중요하다.

그저 남들처럼만 사는 게 희준의 인생 목표다.

카르페 디엠은 그에게 사치에 불과하다.


그렇게 그들의 만남은 끝이 났다.



국가직 7급 공무원 시험일.

드디어 길고 긴 수험생활의 종착역이 보이는 순간이다.

그는 이 지긋지긋한 생활을 얼른 벗어나고 싶다.



오늘을 위해 4년을 고생했다.



과연 이번에는 합격할 수 있을까?



그의 도전은 여기서 끝날 수 있을까?



드디어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

합격이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이후 면접까지 통과해 최종 합격에 성공한 희준은 조촐한 술자리를 갖는다.

윤철은 1점차로 불합격.

그는 하나 둘씩 떠나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며 과연 이곳을 탈출할 수 있을지 두렵기만 하다.



합격 후 다시 유하에게 연락을 하는 희준.

그러나 아무리 해봐도 그녀는 받지 않는다.



결국 그녀의 아버지가 하는 수산물 가게로 찾아간 희준.

그러나 그곳에서 그는 유하의 부고를 듣게 된다.


이제서야 유하의 진심을 알게 된 희준은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합격 후 다시 찾은 노량진.



이번에는 그가 항상 먹던 1번이 아닌 새로운 메뉴를 주문하여 먹었다.

'카르페 디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즐기기 위하여.



마지막으로 그가 늘 올라오던 노량진의 건물 옥상을 다시 찾았다.

지난 번에 녹아서 제대로 먹지 못했던 아이스크림도 사왔다.

희준은 아이스크림의 맛을 느끼며 유하를 떠올린다.

언제나 현재를 포기하고 미래를 위해 살았던 희준.


하지만 더이상은 그렇게 살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렇게 갈망하던 내일이다."

라는 유명한 경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희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청춘을 눈으로 보고 머리에 담아 본다.



드라마의 마지막은 노량진역의 전경으로 끝난다.


노량진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지만,

청춘은 결코 멈추지 않지만,


'노량진'은 '청춘' 그 자체이다.


우리들의 아름답고 찬란한 시절.


청춘.


비록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청춘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유하의 목소리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다.


행복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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